헤이리 주민들은 한달에 한번, 마지막 주 일요일 아침 8시,
서로 얼굴을 대면하는 기회를 갖습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대광장으로 모여듭니다.
마을 청소를 위한 것입니다.
이정규 장신구의 정건수선생님은 탄력 좋은 전용 집게를 들고,
모아갤러리의 우경국교수님은 가볍지만 쉬크한 복장으로,
포슬린하우스의 이명환박사님은 늘 철학자의 걸음걸이로 나타나십니다.
창포마을 자하재의 박돈서교수님은
'청소하는 일이 이 보다 더 즐거울 수는 없다'는
표정으로 일요일 아침 인사를 건네십니다.
빈 자루와 집게를 들고 흩어진 주민들은 40~50분쯤 뒤면
각각 한 자루씩의 쓰레기를 담아 다시 광장으로 모입니다.
소설 쓰는 운경재의 이상억 선생님을 늘
성가신 일을 즐거움으로 여깁니다.

오손주택의 오성환선생님을 어찌
회갑을 지난 분이라 할 수 있겠어요?
이것을 쏟아 캔과 플라스틱, 종이와 일반쓰레기로 세분류합니다.
쓰레기를 찾는 몸짓들이 짐짓 보물을 찾는 진지함입니다.

수집용 자루를 들고 헤이리 곳곳을 돌다보면 다양한 삶의 흔적들을 만납니다.
차 속에서 실수로 날려진 과장봉지난 빈 캔을 수거하는 마음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차장 옆에 한 번에 모아진 담배꽁초 더미는 분명
며칠간 모은 자동차의 재떨이를 일부러 쏟은 것이 분명합니다.
공원 옆 풀숲의 잘 싸진 검은 봉지 속에도
다양한 취식후의 잔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되가져가거나 쓰레기통에라도 넣어두었어야 할 것들입니다.
이렇듯 양심을 곳곳에 버려두고 가신다면
본인의 몸에 지닌 양심이 점점 더 줄어들까 걱정이긴 합니다.


마을사람들이 한번쯤 마을 청소하는 일이 힘든 것만은 아닙니다.
이런 계기로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마주보면
서로 간에 점점 더 정이 깊어집니다.
올가을에 있을 헤이리오케스트라 연주회의 레퍼토리 선정을 같이 고민하기도 하고,
어젯밤에 나누었던 얘기의 후속편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돌아가실 때 갈대광장의 지하수를
식수로 쓰기위해 받아가기도 합니다.

쓰레기를 찾아 허리를 굽히다보면 평소에 간과했던
갖은 야생화가 인사하기도 하고, 뱀딸기가 얼굴을 내밀기도 합니다.


구름과 해 그리고 나무를 품은 우수관 맨홀을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갈대광장에서의 만남에서
쓰레기 자루를 들 필요가 없을 때가 오겠지요?
그때는 가벼운 아침운동과 수다만을 즐기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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